행복 노후를 위한 집 짓기_6개 기둥을 세워라
국민학교는 콩나물 교실 2부제 수업으로, 중, 고교 시절은 빡빡머리, 검정교복과 교련복으로, 대학땐 장발머리 청바지에, 전공서적 두어 권을 옆구리에 낀 채 이상한 낭만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부족하긴 했어도 못 먹고, 못 입고, 헐벗은 삶은 아니었다. 정말 감사한 것은 전쟁 없는 시절, 고도 성장기의 혜택을 누리며 나이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생 100년 중 하프타임에 해당하는 50대 초반, 인생 후반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미숙 외 5인이 함께 지은『나이 듦 수업』을 읽었다. 특히 [어르신 사랑 연구모임] 유경 대표가 언급했던 노년의 집을 짓기 위한 6개의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은퇴살이 40년 해법을 고민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노년 집짓기 6개의 기둥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숙제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노년 집짓기 첫 번째 기둥_ 나이와 싸우지 말고, 담고 싶은 노년 찾기.
은퇴 관련 강의 때마다 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KBS 시사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는 최불암(40년생) 선생님이다. 물론 연기자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 스크린에 비친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전국 방방 곡곡을 돌면서 한국인의 밥상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유롭게 여행하듯 일하는 모습이 부럽게 다가온다. 덕분에 “글 쓰면서 여행하는 산업 강사”의 꿈을 실현하는 좋은 자극제로 삼았던 것이 사실이다. 막상 은퇴한 지금 완벽하게 구현된 노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원했던 노후를 걸어갈 수 있어서 감사한다.
노년 집짓기 두 번째 기둥_ 자기 관리.
몸 건강만 챙겨서는 곤란하다. 마음이 병들면 몸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마음 건강을 챙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기도나 명상,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좋은 책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의 종교는 기독교다. 덕분에 성경 말씀을 통해 위로와 자극, 새로운 도전을 받곤 한다. 또 법정 스님이 쓰신 책에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처럼 삶을 튼실히 할 수 있는 글이라면 종교라는 울타리를 쳐 놓고 멀리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책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곁에 두고 음미할 생각이다.
노년 집짓기 세 번째 기둥_ 할 일.
돈 버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봉사활동이나 사회 활동도 나이 들면서 외면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일이다. 퇴직하고 나면 하루 24시간 사용법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특히 부부간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 물론 부부간 금슬이 좋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부다툼도 상대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배우자와 관계없이 몰입할 수 있는 나 만의 일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봉사활동은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의미 있는 일이고, 그 일이 경제적 생산성을 담보하는 것이라면,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조언을 곱씹어보자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한 가지는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러면 깜박이는 TV 화면 앞에만 않아 있는 식물인간 같은 존재는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적어도 할 일이 있거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인 사람과 만나는 시간 동안은 TV 앞에 앉을 일은 없어진다”
노년 집짓기 네 번째 기둥_ 돈
현대 사회는 돈 없이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므로 많고 적음을 떠나 일정한 소득은 절대 필요하다. 특히 은퇴 후엔 예측 가능한 소득을 확보해야 한다. 들쭉날쭉한 소득 구조는 불안정한 심리적 압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퇴직 전에 연금성자산을 미리 체크해 두어야 하다. 요즘은 “앱(내 곁에 국민연금)을 통해 수령 가능한 연금 자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수시로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노년 집짓기 다섯 번째 기둥_ 사람
돈과 할 일이 있어도,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워진다. 노년기 자살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외로움인 것을 보더라도, 노년의 집을 짓는 데 있어서 사람은 매우 중요한 기둥임을 알 수 있다.
은퇴 전에는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전화 한 통이면 매일 술자리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퇴직 후엔 상황이 급변한다. 소위 하는 말처럼 계급장이 떨어지면 썰물이 빠지듯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정 부분 떨어져 나가는 사람을 보게 된다. 오죽하면 퇴직하면 우정도 정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을까?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의 감옥에 갇힐 확률이 높다. 퇴직하면 업무적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는 자의든 타의든 구조조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듯 인간 관계도 다르지 않다. 떨어져 나간 사람 때문에 아파하기보다는,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 때문에 기뻐할 수 있는 환경에 주목하자
노년 집짓기 여섯 번째 기둥_ 죽음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를 운영하는 웰다잉 전문가 강원남 소장은 '사람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행복한 죽음을 원한다면 행복한 삶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웰다잉 준비는 4가지다.
1. 영혼의 준비_평소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는 자세 필요
2. 마음의 준비_용서와 화해의 자세
3. 육체의 준비_무의미한 연명 의료 행위 중단과 호스피스 완화 의료 계획 준비
4. 관계의 준비_유언장 및 장례식 준비
프레데릭 M 허드슨이 지은 《마흔 이후 인생 작동법》에 이런 취지의 글이 있다
50대가 중년과 화해하는 시기라면, 60대는 인생을 재 설계해야 하는 시기이고, 70대는 잃은 것도 많지만 남은 것도 많은 시기다.
노년 집 짓기는 쉽고,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집이 아니다. 시간적 시야를 멀리 두고 차근차근 지어야, 튼튼하고 탈이 없는 노년의 집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빨리 노년 집 짓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는 줄이고, 충분히 만족할 만한 나만의 노년을 소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