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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을 위한 생존의 통로! 퇴직삼굴(退職三窟)

제3의 나이 코치 2023. 9. 2. 11:08

 
그다음을 위한 생존의 통로! 퇴직삼굴(退職三窟)
(1) 퇴직삼굴 굴파기_산업강사
(2) 퇴직삼굴 굴파기_브런치 작가
(3) 퇴직삼굴 굴파기_유튜브 크리에이터
 


 
퇴직삼굴(退職三窟)
퇴직삼굴이란, 퇴직 후 경제적 생산성이 담보되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하는 것으로, 토끼가 생존을 위해 세 개의 굴을 판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에서 빌려왔다.
50세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갈등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정년을 맞는 것이 옳은지 의심하며 남은 10여 년의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순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퇴직삼굴이다. 고민 끝에 결정한 3개의 굴은 '산업강사', '글쓰기',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고민은 50대에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퇴직삼굴은 쉽게 잡히질 않았다. 그렇게 약 3년이 지난 2014년(53세), 드디어 그 윤곽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정년 후 경제적 생산성을 담보하는 것'
'마지막 은퇴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
 
이 세 가지 전제를 충족하는 퇴직삼굴이 무엇일까?
고민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53세 만났던 긍정심리강점전문가 교육이다. 나에게 묻고 답하는 자문자답의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나의 인적자산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고, 퇴직삼굴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손해보험사 강사다. 보험 상담기법, 은퇴준비, 리더십을 주제로 강의한다.  해마다 각종 보험 콘텐츠를 만들고, 골든 시니어교육 같은 실험적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교육경진대회 강사부문 은상의 영광도 얻었다. 정년까지 근무하면 하이인재원 1호 퇴직자가 된다.

이런 경험을 기회로 만들 수 없을까? 
생각 꼬리 물기는 결국 3가지 결론으로 이어졌다
 
'산업강사의 길을 걷는다'
‘글 쓰는 작가가 된다’
‘보험 및 은퇴전문가란 사회적 이미지를 확보한다'
  
 

(1) 퇴직삼굴 굴파기_산업강사
보험 상담기법, 은퇴준비, 리더십 등을 강의하지만 문제는 H손보사에 국한된 사내 강사란 점이다. 동종업계 관계자에겐 무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맞게 되면 산업강사의 길은 기대로 끝날 것이 뻔하다. 강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강의 스킬을 연마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사외 강단 만들기는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현역일 때는 이런저런 제한이 뒤따르기 때문에 대 놓고 타사 강의를 할 수도 없었다( 해고 사유)  덕분에 강사로서 대외적 시장 가치를 실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순 없지 않은가?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고민의 끝자락에서 던진 '질문'이 있었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나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2) 퇴직삼굴 굴파기_브런치 작가

“강의 흐름대로 쓰면 글이 되지 않을까?”
 
곤지암 연수원 강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불현듯 스친 생각이다. 이렇게 짧은 의문이 퇴직삼굴 두 번째 굴파기의 실마리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당일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평소처럼 브런치를 열었다. 순간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브런치에서 작가의 꿈을 펼치실 분들은 언제든 작가로 지원해 주세요”
 
순간 마음을 들킨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못 볼 것을 본 것도 아닌데 한 번 요동치기 시작한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글쓰기는 배운 적도 없는데”
 
며칠간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고민이 길어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시간만 축내는 건 미련한 짓이다. 결단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브런치 팀에서 요구하는 기본 조건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때 선택한 글감이 '노년’이다. 부랴부랴 노년을 주제로 샘플 글  한편을 써서 브런치 팀으로 보냈다. 그리고 4일 후,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탈락 통보였다. 도전은 고맙지만 브런치 작가로는 아직이었던 것이다
 
물론 첫 도전으로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이 속상했다. 마음을 다잡고 두 번째 글을 보냈다. 역시 탈락이다. 그렇게 시작된 탈락은 6번째 글로 이어졌다. 그날은 사무실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 기분을 털어내지 못하고 퇴근하는 중이었다. 전철에 들어서자마자 습관처럼 브런치를 열었고, 그동안 고수했던 노년이란 키워드 대신, 뜬금없이 "화"라는 제목으로 그때의 심정을 글로 옮겼다. 그리고 오타 검수도 없이 메일을 보냈다. 어차피 떨어질 거란 생각 때문이다. 며칠 뒤 브런치 팀에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혹시 하는 기대를 안고 메일을 열었겠지만 그땐 두근거림도 없었다. 익숙하게 접했던 탈락일 테니 말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믿기지 않았다.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틀림없이 작가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부터(2016년 11월) 브런치 매거진 '제3의 나이’를 만들고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글을 썼다.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급기야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브런치와 연결된 <부크크>를 통해 브런치 글을 모아 "생애 후반의 함정"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POD 방식 출간이지만 그때의 경험은 2022년 1월까지 8권의 책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을 뿐 아니라, 매일경제, 한국경제, 한국보험신문에 칼럼을 쓸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3) 퇴직삼굴 굴파기_유튜브 크리에이터
퇴직하기 전까지 강의와 영상을 만드는 콘텐츠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덕분에 영상 작업이 무지한 편은 아니다. 
2020년 1월, 해가 바뀌면서 영상 콘텐츠 개편 요구가 많았다. 그때 참여한 프로그램이 동기부여 짤 방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상을 찍고 예정된 시간에 영상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유튜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생각 속에 머물면 작품이 될 수 없듯, 퇴직삼굴 3번째 굴이 될 수 있는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짬짬이 몇 편의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렸다.

너무 쉽게 생각한 탓일까. 생각만큼 구독자는 늘지 않았다. 의욕은 떨어지고 그렇게 두 달이 흘렀다. 이건 아니란 생각 때문일까.  돌연 유튜브 작업을 중단했다
 ....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그해 초 가을, 우연히 접한 영상이 잊었던 기억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엄마 내가 알려줄게’라는 유튜브 채널이 그것이다. 이 채널은 그동안 미결 남았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정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무엇보다 퇴직삼굴 세 번째 굴파기는 시작도 못한 상황이라 마음이 초조한 때였다.
 
“그래 딱 1년만 해보자, 그래도 안되면 미련 갖지 말고 깨끗이 포기하자”
 
생각이 정리되자 구글이 설정한 조건(구독자 1000명, 구독 4000시간 확보)을 목표로 본격적인 굴파기에 돌입했다. 1년이란 마감 시한이 정해진 만큼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해 늦가을, 퇴직삼굴 세 번째 굴파기의 첫 번째 영상 "퇴직 후 소득이 끊어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를 업로드했다. 그리고 2021년 6월 18일, 서른두 번째 영상 "노후는 준비하느냐, 준비하지 못하고 맞이하느냐의 문제다"를 업로드하면서 마침내 1차 목표가 달성되었다. 그리고 2023년 9월, 현재 구독자는 14500명으로 늘었다.
 

 

이종범의 도해

 

딱 한 번뿐인 인생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은가? 그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 아닌 희생을 감수했지만, 정년 이후의 삶까지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채워야 할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당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인생 2막을 보낼 수 있다면, 그 보다 만족스러운 일상이 있을까?

2022년 10월 31일 정년을 맞았다.
지금은 강의를 본업으로 한 산업강사의 길을 걷고 있다.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무엇보다 지방 강의가 있는 날엔, 짬짬이 여행을 더 하면서 인생 후반을 보내고 있다.
 
삶엔 정답이 없다.
다만 후회를 최소화하는 삶이라야, 먼 훗날 괜히 왔다 간다는 후회의 비문을 피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떤 노후를 보낼 것인지, 깊이 있는 고민의 흔적이 오늘 이후 내가 원하는 삶의 답을 가져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