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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은 생전 장례식

'끝난 사람', 정년퇴직이라… 이건 뭐 생전 장례식이다”

 

우치다테 마키코(일본)가 지은 책 <끝난 사람>의 첫 문장이다.

65세에 퇴직한 남자 주인공을 다룬 이 소설은, 정년의 의미를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묘사했다.

 

'생전 장례식'을 접하는 순간 떠오른 문구 하나가 있었다.

 

“사회적 분리수거”

 

'끝난 사람'이 주는 느낌과 묘하게 닮았다.

분리수거(分離收去, Waste sorting)란, 폐기물의 중간 처리 (소각 및 재활용 등) 및 최종 처분을 쉽게 하기 위해, 그 재질마다 폐기물을 분류하고 그것을 수집하는 것이다(위키백과)

수거된 폐기물은 그 상태와 쓸모에 따라 소각되거나 재활용 절차를 거친다. 그렇다면 인생도 사회적으로 분리 수거되는 구간이 존재하지 않을까?

 

꼬리 잡는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60세에서 73세에 이르는 생애 구간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대책 없이 떠 밀려지는 위험 구간’

'가진 능력을 재 평가받는 생애 구간’

‘자칫하면 사회적으로 퇴출되는 구간,…  

 

 

 

이종범의 도해

 

 

 

김형래의 저서 <나는 치사하게 은퇴하고 싶다>에 이런 글이 실려있다.

“당신도 조직에서 죽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잊지 말고, 준비하고 사시오”

 

거친 표현이지만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충고다. 

죽어야 할 때란 갖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퇴직의 벽에 가로막혀, 어쩔 수 없이 조직을 나와야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퇴직자들의 삶은 제2의 경제활동을 이어 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의 쓸모가 인정되는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활동이 이어진다면, 사회적 분리수거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사회적 분리수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직 끝나지 않은 퇴직 3적(賊_자녀교육, 결혼, 가계부채)) 위험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퇴직과 동시에 경제 활동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노후 자금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눈앞의 당면 과제인 <자녀교육자금>, <자녀 결혼자금> 그리고 <가계 부채>등이 발목을 잡는다. 열거된 퇴직 3적(賊) 자금 중 일부라도 노후 자금으로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열심히 돈을 벌어도, 자식이란 이름 앞에 한 없이 약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노후 준비는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끝난 사람”

“사회적 분리수거”

“퇴직 3적(賊)”

 

법정퇴직은 나이 듦을 인정하는 제도적 구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생정년은 구분 지을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마음 나이까지 퇴직시킬 필요는 없다. 이에 동의한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팔팔한 노후! 건강 관리는 퇴직 준비 0순위다. 

퇴직(후) 삶의 질을 높이려면, 다양한 활동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그러려면 단연코 건강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 관리의 핵심은,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해소, 정기적인 건강 검진등을 꼽을 수 있다. 더하여 병원에 가야 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자신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특별한 책임과 의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돈 없이 살 수 없는 노후! 재무 계획은 퇴직 준비 1순위다. 

퇴직 전에 미리 노후 자금을 준비하고, 투자나 저축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기본의 문제란 사실도 간과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가계 부채를 줄이고,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계획해야 한다.  그것이 노후 삶을 안정시키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세상은 돈으로 통한다. 퇴직 후 가장 훌륭한 부모는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노후 재정을 해결하는 부모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관심사와 취미! 가치 있는 할 일을 만드는 퇴직 준비 2순위다 

팔팔, 건강, 호기심 천국 같은 노후를 원한다면 몰입할 수 있는 관심사와 취미를 개발해야 한다. 이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강제할 순 없다. 하지만 경험상 추천하고 싶은 것은 있다

 

  • 나를 탐색하기 위한 글쓰기와 책 읽기다.  글쓰기와 책 읽기는 지식과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특별한 방법이다. 책을 통해 다양한 세계와 인물들을 만나고, 글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선한 영향력이 행사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보다 적극적 활동을 원한다면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워크샵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도 의미있는 인생 흔적을 남기는 좋은 방법이다

 

  • 노래와 그림은 호기심 천국을 만든다. 노래와 그림은 감성과 창의력은 물론 노년기 삶을 즐겁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노래와 그림은 '듣고', '부르고', '보고', '그리는' 단순함을 넘어, 숨겨진 자신의 끼를 발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관공서에서 노래 교실 선생님으로, 예쁜 글씨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캘리그라피 작가가 그것이다. 물론 이것 외에도 내이름을 걸고 작은 연주회나 전시회를 개최 할 수도 있다.  

 

  • 여행은 퇴직자의 로망이다. 퇴직 후 여행은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경험과 만남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활동이다. 특히 여행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면 더욱 즐겁다. 다만 한가지, 목적 있는 여행이면 더 좋겠다. 단순히 그곳을 다녀온 표면적 경험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그곳이 가진 매력과 느낌을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공부하고 전할 수 있는 내면적 경험값을 소유하는 여행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요리, 정원, 사진, 공예, 언어, 봉사 등 다양한 관심사와 취미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퇴직(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싶다면 나만의 관심사와 취미를 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